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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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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정아
작성일 17-06-0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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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역지사지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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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생쥐가 소리친다 "오, 천사로구나!" 생쥐의 눈에는 날개 달린 박쥐가 천사로 보일 수 있겠구나 하고 실소했다. 작년에 91세를 일기로 작고한 프랑스 작가 미셸 트루니에의 '외면일기'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쥐들이 아닌 인간세계에서도 종종 이런 착각을 한다. 모두들 자기 처지나 입장에서 사물과 현상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시선으로 남을 판단함으로 인해 자주 부딪치게 된다. 오죽하면 인간은 마음속에 편견과 선입견이라는 두마리 개를 키우며 산다지 않는가.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역지사지(易地思之) 하며 살아야한다.?그 역지사지란 것이 말처럼 쉽지않은 것이 문제다.?
가게에서 일하는 두 사람이 다툰 후 여직원은 일을 안 한다고 중간에 가버리고, 집에서 놀던 내가 호출되어 임시로 일을 해야했다. 알아보니 가게 문을 누가 여느냐가 문제가 되어 싸웠다고한다. 누구든 먼저 오는 이가 열면 되지 싸울 일이 뭐람. 두사람이 모두 열쇠를 가지고 있는 터이다. 입구에 차를 세우고 게이트를 열어 한쪽으로 밀어 놓아야 뒷사람이나 손님차가 들어올 수 있다. 번거롭기도하고 철문을 미는 것이 조금 힘들긴하다. 으레 그걸 남직원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가 최근 한 두번 했다고 불평하고 분란을 일으킨 것이다.

연약한 여자여서 육중한 게이트는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명백한 성차별을 자초한 것이다. 평소 일할 때도 몸을 사리는 편인것을 알던 터였다. 요즘 세상에 일에서 남녀차별은 없어진지 오래이다. 늘 게이트를 열고 힘든 일은 여직원 대신 도맡던 남직원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가게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 오는 날은 조금 늦을 경우도 있단다. 일주일에 하루일 뿐인데 두 사람 사이의 소통의 부재가 오해를 낳은 것이다.
성숙의 가장 중요한 표식이 역지사지의 능력이 아닐까. 반대자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정신적 여유와 상상력, 다른 사람과 같이 느껴보는 감정이입의 능력, 나아가서는 사적인 감정과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입장에 서서 자신을 돌이켜볼 수 있는 능력 말이다.

사는 것이 강팍하다보니 조그만 손해도 용납 않는 전투력을 저마다 가슴에 품고 사는 듯하다. 사는게 전쟁이요 경쟁이다. 그러나 베풀지 않고 받으려고만 한다면 어느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인생살이이다.
두 사람을 설득해 중재하려고 영어로 역지사지를 찾아보니 의역이지만 'put yourself in someone else's shoes'라고 되어있다. 예전부터 알던 체로키 인디언 속담 "다른 사람의 모카신(Moccasin)을 신고 두 달 동안 걸어보지 않고서는 그를 판단하지 말라"는 말과도 통하지 않는가? 동서고금을 통해 사람사는 기본이 '역지사지'임을 배운다.

인도 여성과 라틴계 남성 직원의 싸움 덕에 한국인 주인은 사전까지 보며 열공 중이다. 부디 잘 해결 되었으면 좋겠다.

?미주중앙일보[이 아침에] 수필가 이정아


기사입력 2017/05/30 23:54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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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란님의 댓글

김세란 작성일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서 한번더 생각해보면 이해되는 부분들이 참 많죠 ^^ 어려서는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하는 마음이 많았는데 그새 내맘이 걍팍해졌는지 사는게 녹녹질 않아서인지 최소한 손해는 보지말자! 하니 좀 서글퍼지려 하네요.언제쯤 여유가 생겨 베풀고 살수 있을런지요...집사님의 평안을 위해 두직원의 원만한 해결이 있어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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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님의 댓글

이정아 작성일

동료간에도 갑질 비슷한게 있어서 놀랐습니다.<br />
아직 고집 피우고있어 저만 빡세게 일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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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님의 댓글

이정아 작성일

역지사지를 안한 나~~~쁜 소대장 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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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joongKim님의 댓글

HeejoongKim 작성일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선입견: 인도 여자 한 고집 합니다, ㅋㅋ.  한국 여자, 인도 여자, 흑인 여자, 누가 가장 고집이 센지는 전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제 선입견입니다.  편견: 주로 고집은 리더쉽 아님 자격지심에서 나온다 생각합니다.  왜 둘이 싸우게 됬는가는 리더쉽은 아닌듯 하네요 ^^.  물론 이건 제 편견이죠. 제 선입견과 편견 다 틀렸으면 합니다.  둘이 더 깊은 대화로 타협을 하면, 집사님이 더 고생한하셔도 될듯한데 좀 안타깝습니다.

나나 잘해야 될텐데요, 그쵸?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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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님의 댓글

이정아 작성일

맞아요. 한고집 인도여인. 자격지심도 맞아요.<br />
인도사람은 영국영어를 구사하는걸 큰 자부심으로 생각하고<br />
영국인으로 착각하는듯해요. 히스패닉남성을 같은직원이면서<br />
종 부리듯 ㅠㅠ 아무일 없었으면 히스패닉 청년이 주인몰래 더<br />
많이 당했을텐데 그나마 다행이예요.<br />
결국 인도여성은 그만두고 다음주에 새 사람이 와요^^*<br />
갈등없는 세상에서 살고픈데...<br />
김집사님은 이미 멋진 분이세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