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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선옥
작성일 20-01-2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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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념의

 -김남조-


마음은 폭의

보는 없는 시공에

없는 모양 걸려 왔더니라


스스로의

혼란과 열기를 이기지 못해

오는 네거리에 나서면


눈길 위에

연기처럼 덮여 오는 편안한 그늘이여

마음의 기는

눈의 음악이나 듣고 있는가


나에게 원이 있다면

뉘우침 없는 일몰이

고요히 꽃잎인 쌓여가는

일이란다


황제의 항서와도 같은 무거운 비애가

맑게 가라앉은

하얀 모래벌 같은 마음씨의

벗은 없을까


마음은

폭의


보는 없는 시공에서

때로 울고

때로 기도드린다


***


아래는 김남조 시인의 저서 <사랑의 말> 부분을 베껴봅니다.


끝으로 <단두대 밑의 마지막 여인> 르포르의 교회찬가’ 실린 시의 구절을 여러분께? 읽어 드리겠습니다.


< 영혼을 찾아 주신 이는 주님뿐이십니다

충실한 권리를 누가 침범할 있겠습니까

영혼은 몰래 길가에 버려진 갓난애와 같았으며

사랑하는 이의 품속에서도 과부와 같았습니다

(중략)

주님은 잃어 버린 보석을 슬퍼하듯이 영혼을 위해

눈물져주시고 여왕처럼 높이높이 올려 주셨습니다

그러기에 영혼은 주님의 아래 엎디옵니다>


이러한 인식을 가질 있다는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아마도 인간의 영혼은 분량의 제한을 받지 않고 무한대까지 자랄 있는 모양입니다. 르포르의 부활절을 읊은 편을 들겠습니다.


< 음성이 밤의 어둠에서 울려 와서 구세주의 관을 받을 자가 있느냐’ 외쳤습니다

나의 사랑이 대답했습니다

주여, 제가 받잡겠나이다’ 그리고는 손이 관을 들어 올렸을 때, 검은 가시에 찔린 손가락을 타고 붉은

피가 줄줄이 흘러 내렸습니다

(중략)

나는 말했습니다

주님, 이것은 고난의 관입니다

부디 저로 하여 이것으로 죽게 주십시오

그러나 소리는 대답했습니다

고난은 불사임을 너는 모르느냐

나는 무한한 것을 빛으로 채웠으니 이로써 부활하리로다’>


고난에 관해서는 벅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끝이 없는 것만이 슬픔이라고 했어요. 고통도 마찬가지일 있습니다. 끝남이 없는 경우만이 고통의 성립을 가능케 합니다. 그렇습니다.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의 고난은 세상의 종말까지 계속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생명의 끝날까지 기도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오늘 이야기한 바를 요약해 말씀드린다면 우리 모두가 고난을 사랑할 있는 열정과 용기를 갖자는 것입니다.


고난을 거치지 않고서는 사랑에 다다를 없다면 주저없이 고난을 거쳐 사랑에 이르자는 것입니다. 기도에 있어서나 시에 있어서도 이와 같은 확신과 열정으로 끝내 좌절을 떨치고 달리자는 것입니다. 반드시 도착지까지 가야 것이지만 비록 그렇지 못하더라도 가고 있는 과정, 중도의 충실에 남김없이 투신하자는 것입니다. 항상 소망하고 기도하는 가운데 최선과 겸허로써 길을 쉬지 않고 걸어가자는 것입니다.



***


열아홉 살, 방황하는 나에게 ?수필집 <은총과 고독의 이야기> 마음을 다잡게 했고,

절대자의 손길을 연모하게 했던 시인 김남조 선생님.

이상의 책이 무의미하게 여겨지는 노년의 나에게

다시 생수와도 같은 위로의 <사랑의 말> 영혼을 일으켜 세우시는 김남조 선생님.

교정의 엘리베이터 속에서 자주 마주치던 때의 모습을 떠올리며

무한한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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