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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할 수 있는 용기/이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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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정아
작성일 22-02-24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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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정직할 수 있는 용기

[Los Angeles] 미주 중앙일보
입력 2022.02.23 19:29 수정 2022.02.23 20:29

이정아/수필가

친하게 지내는 아우가 근심 가득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아들아이가 미술계 학교로 진학하는 인터뷰와 포트폴리오 면접을 보고 실기시험을 치렀는데, 순진한 아들 때문에 속상하다는 이야기다.

전말인즉 아이가 제출한 훌륭한 포트폴리오를 본 면접관이 전부다 너 혼자 한 작품이냐? 묻더란다. 아이는 “제가 다했지만 마지막 손질은 선생님이 도와주셨어요” 하고 정직하게 말했단다.

같은 학원에서 준비하던 아이들은 모두 제가 혼자 다 했어요 했는데 눈치 없는 자기 아들만 정직하게 말해 불이익을 당할 거라며 지레 걱정이다. 나도 그 시간에 맞춰 기도했기에 그 엄마의 노심초사가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정직이 최선인데 정직하게 말해 불이익을 당한다면 그건 정당한 경쟁이 아닐 것이다. 그럴 땐 “너만 못나게 왜 그랬어” 하지 말고 “정직하다. 훌륭해”하고 칭찬을 해주어야 마땅하다.

우리 인생에서 받는 최고의 보상 중 하나는 개인적 성취를 위해 숨겨진 잠재력을 발견하고, 그에 맞게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직하지 못하다면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특히 예술 분야에서는 더 필요한 잠재력. 경험 많은 노 면접관도 그걸 아시지 않을까?

대학을 졸업하고 경기도의 P시에 있는 여학교에 가정 선생으로 부임을 했다. 그런데 엄마는 남들에게 자꾸 그 도시가 아닌 수원에 있는 학교라고 하신다. 그 이유인즉 그 도시는 기지촌이어서, 그곳에서 교사생활했다고 하면 혼삿길에 지장이 있다는 거였다. 지극히 현실적인 자기 딸을 위한 거짓말에 나는 침묵으로 동의하는 죄를 지었다. 그 학교에 근무하는 7년 동안 마음이 늘 불편했다. 미국에 오려고 학교를 그만두니 얼마나 후련하던지.

거짓말은 처음에는 사소한 것처럼 시작되지만, 일찍 근절되지 않으면 곤란 지경에 빠질 때까지 계속 힘을 행사한다. 한 번 부정직해서 뭔가 얻는 것이 생기면, 다시 부정직해지고자 하는 유혹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 우선은 그 흔적을 덮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또 다른 부정직한 행동을 하게 된다. 부정직은 어두컴컴한 뒷길을 걷는 것과 같아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여러분 자신이 진실해야 한다. 마치 낮이 지나면 밤이 오듯 그렇게 진실이 여러분과 늘 함께 해야 한다. 그러면 누구에게도 거짓으로 대할 수 없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정직한 사람들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거짓말쟁이에 분노하기보다는 그들을 불쌍히 여기고, 좋은 생각을 가지고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직하게 잘 키운 아들로 인해 아우에게 마음의 평화가 오기를 기원하며.


# 이 아침에 # 정직 # 용기 # 미술계 학교 # 포트폴리오 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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