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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민[볼리비아] 황보 선교사들의 선교 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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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말희
작성일 24-03-11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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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슬픈 날이군요.


평소에 저와 아요래 형제들이 존경하던, 나이드신 "아신또" 집사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어느곳 처럼 아요래 땅에도 죽는 일이 허다하지만 이번에는 내 마음이 좀 다르군요.

교회에선 말이 많이 없으셨던 그였지만 평소에 교회를 무척이도 사랑하시고 아끼셨던 분이셨습니다.
빠짐없이 주일마다 예배를 알리는 교회종을 치셨고, 예배에 앞서 누구보다도 일찍나와 그의 아들과 함께 교회안을 깨끗이 청소하시던 참으로 신실하셨던 분

여러해 전 어느 주일날 멀리 있는 다른 마을에 창립기념행사가 있었을 때 우리 마을 사람들도 참석하고자 모두 떠나버리고 마을의 텅 빈 교회엔 단 둘만이 남아, 나는 강대상에 서서 그리고 그는 내 앞에 홀로 앉아 예배를 드렸던, 내 기억에 평생 잊지 못할 분이셨습니다.
지병으로 고생하시다가 오늘 새벽에 결국 눈을 감으시더니 오후에는 이미 땅에 묻혀버리고 마는군요.
그렇게 그는 여느 아요래 인들처럼 저곳으로 급히 훌쩍 떠나가버린, 세상을 너무도 간결하게 마무리 지어버리는듯 합니다. 
정말 그의 장례식 처럼 너무도 간결한...

막 파헤친 흙이 아직 습기를 머금은채 신선해 보이기까지 하건만, 그가 묻히어 덮인 한줌의 흙무더기 옆에는 가족으로선 오직 한 명의 아들과 몇 명의 교회 형제자매들뿐.
많이 오지 못함은 오랜 세월 그들이 가져온 죽은 영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리라.
구덩이를 파느라 삽자루를 쥔 일군들이 숫자를 더해주는군요.
초대 받은 사람도 없고, 차려진 음식도 없고, 잘 짜여진 예식도 없고, 멋있게 장식된 꽃들도 없고, 몸담은 상자 하나만이 땅바닥에 멋쩍게 자리잡은...
우리가 그져 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의 찬송과 하나의 기도와 그리고
그의 평안을 비는 하나의 성경구절뿐...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일렀으리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처소를 예비하러 가노니" (요14:1,2)

밀림의 사람으로 태어나 한평생 험악한 인생을 살아온, 그러나 복음을 알고 예수님의 십자가 은혜가운데 하나님의 자녀가 된,
나의 사랑하는 아신또 형제는
이제 그 약속대로 주의 품안에서 영원히 평안하실진데, 
나의 마음 깊은 소원일진데...


**지난날 둘이서 오붓하게 예배드렸던 모습과, "아신또"의 작은 묘 앞에서 찍은 사진이네요.

2024.      3.      4

볼리비아 아요래부족 선교사 황보 민, 재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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