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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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6-03-0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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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 집사님이 올려주신 박목월님의 '3월로 가는 길목에서' 라는 시를 읽다가 '수국색 공기'라는 대목의 시상이 참 신선하고 또 어릴적 기억을 돌이켜 주어서 이렇게 써 봅니다.? 제 나이가 한 대여섯살 되었을 무렵입니다.? 저희집 앞 마당 작은 텃밭에 어머니께서 이것저것 화초를 심으셨는데 그중에 가장 인상깊었던것은 해바라기꽃이었읍니다.? 한뼘도 안되던것들이 여름이 가까워오자 쑥쑥자라서 어느새 내키보다도 더 커지고 노란꽃잎들이 빼족빼족히 둥근 해바라기씨들을 둘러싸고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이란...?? 그런데 어머니께선 약간은 그늘진 구석에 한옹큼 자라는 수국을 더 애지중지 하셨읍니다.? 그 수국이란것이 어린아이의 눈에는 아주 볼품이없어서 그저 퍼런 잎사귀 밖에 없는 잡초처럼 보였읍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수국은 정성을 들이고 돌봐줘야 꽃을 피울수있다고 하더군요.? 어머니의 정성덕인지 겨울엔 누렇고 여름엔 퍼렇기만하던 수국이 연두색의 봉오리릉 몇개씩 내밀더니 어느날 드디어 어머니께 꽃선물을 주었읍니다.? 기뻐하시는 어미니곁에선 내눈엔 비친 수국꽃은 사뭇 다른모습이었읍니다.
빨강, 노랑의 꽃잎들도 없고 벌들이 사랑할만한 향기도 없을것같은 작고 약해보이는 수국꽃.?? 수국꽃의 은은하고 정결하고 신선한 아름다움은 나이가 훨씬들어야 깨달았읍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그리 정성을 기울이신 이유도 알았구요.? 바쁘게 돌아가는 나의 삶이란? ?정성과 인내의 진득함도 은은하고 신선함도 찾기 힘든 모습이었읍니다.??오늘은 정말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수국같이 은은하고 싱그러운 맘으로 하루를 시작해 보려합니다.
-늦 여름이 될쯤 하늘끝까지 찌를것 같던 해바라꽃들이 이빠진 톱니바퀴처럼 흉하게 허리를 숙일때쯤, 어머니께서는 가차없이 싹뚝 싹둑 믿둥부터 그것들을 잘라버리셨읍니다.-
댓글목록

윤선옥님의 댓글
윤선옥 작성일뒷마당 한 귀퉁이에 수국꽃이 있는데 아직 꽃을 피우진 않네요. 풍성한 꽃잎이 때로는 나비 떼가 날아 앉은 듯 맘을 설레게 하기에 심었는데 키우는 데는 말씀대로 약간 까다로운 것 같습니다. 제 때에 물을 주지 않으면 잎사귀들이 타들어 가면서 속을 끓이지요. 올해는 제대로 한 번 키워볼 결심을 하게하는 글을 올리셨네요. 정집사님은 외모는 천상 남자인데 상당히 서정적인 내면을 가진듯 합니다. 남자는 외강내유, 여자는 외유내강의 모습이 이상적이라 생각합니다.

김세란님의 댓글
김세란 작성일수국꽃 참 예쁘지요. 저희 엄마는 노오란 프리지아 꽃을 참 좋아하셨는데... 낼이면 3월, 꽃이 만개하는 봄이되었네요 ^^

이정아님의 댓글
이정아 작성일
수국 참 예쁘죠.<br />
팝콘처럼 타다닥 터지는 듯 보여요.<br />
연보랏빛 수국도 예쁘고 흰것은 흰대로<br />
연둣빛도 있더군요.<br />
맞아요 넉넉한 엄마 같은 꽃

jwj님의 댓글
jwj 작성일
그때가 음력으로 6월쯤으로 기억하는데, 하얀 수국이 수도 없이 피어있는 우물가에서 하얀 상복을 입은 친구의 누나가 막ㅡ 물동이를
들어올려 머리에 이는 모습을 보며, 눈물이 쏟아질 듯 한 슬픔을 느끼며, " 지금 네 슬픔은 무엇인가? 를 자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직도 왜였는지는 모르지만, , , 아마도 하얀 수국 때문이 아니었던지, , ,

이은이님의 댓글
이은이 작성일저희 친정집 정원에도 초여름부터 여름내내 만발해 있는 수국들이 있어서 그런지 수국은 왠지 푸근하고 인심좋고 풍성한 친정집을 생각나게 하네요. 저도 수국을 좋아해서 사러다니다가 알게되었는데 수국의 색깔은 흙의 산성도에 따라 흰색이 피기도 하고 붉은색 또는 푸른색 계통의 꽃이 핀다는 사실을... 그래서 변덕이라는 꽃말이 있다고도 하는데 전 오히려 "정직"이 더 어울이는 꽃말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키우는 사람이 얼마나 정성으로 물을 주고 돌보았는지, 또 어떤 흙에서 자라났는지에 따라 다른 모습, 다른색 꽃들을 피우니 말이예요. 그리고 수국은 왠지 크리스찬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하는 글이네요... 결코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한 모습가운데 그 풍성함과 평안함이 사람들을 미소짔게 만드니까요.. 정성이 부족해서 실패했었던 수국 키우기를 올 봄에 다시 도전해 보고 싶네요. 이번 여름엔 그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겨볼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