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 꽃망울은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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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5-07-2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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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속에서
연두색 움을 틔운
도라지 한 뿌리를 보았어요
?
싹 난 것을
달여 마셔도 되려나?
생각하다 마음이 변해
산동네 딸네 뒤뜰에 심었지요
?
진보라 도라지 꽃이
사막 흙에서도 피려는지?
이틀 걸러 딸네를 드나들며
물을 주고 조심조심 가꾸었어요
?
심은 지 석 달 된
도라지 줄기 줄기에
종이 학 등때기 닮은 꽃망울이
조롱조롱 맺힌 것이 아니겠어요
?
수천 마리의
보라 빛 종이 학이
초원을 나는 환상 속에
평강고원 십 리 길 기차역을 오가며
아버지를 기다리던 여덟 살 소년이 보입니다
?
날마다 종이 학 하나씩
만들어주시던 내 아버지는
아직도 수용소에 살아 계신지?
육이오 65 주년의 도라지 꽃망울은 슬픔입니다
?
지금은 태평양 건너
어느 해안의 산동네에서
여덟 살짜리 외손주 녀석과
심심 산촌 그 도라지 꽃망울을 번갈아 봅니다
?
손주 녀석은 풍선을 닮았다 하고
나는 종이 학의 등때기를 닮았다 하며
도라지 꽃망울을 두고 실랑이를 했지만,
나는 기억하지요. 이 꽃이 보라색 별처럼 피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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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은이님의 댓글
이은이 작성일
도지라 꽃을 실제로 본적은 없지만 사진으로 너무 곱고 예쁜 꽃임을 보았습니다. 도라지 꽃에 대한 노래도 있더라고요. 기다림에 대한..<br />
쌉쌀한 맛을 내는 도라지를 찬양을 하는 저로서는 사명을 생각하게 합니다. 목감기 걸려 기침이 오래 갈때가 있는데 도라지를 달여 먹거나 도라지청을 먹으면 기침이 금새 가라앉더라구요. 도라지 꽃을 보며 시도 쓰게하고 도라지를 달여 마시며 찬양도 하니 도라지는 너무 감사한 식물이네요..

김세란님의 댓글
김세란 작성일냉장고 속에 있던 도라지가 꽃을피웠다는게 참 신기하네요.국제시장이란 영화를 보며 많이 울었는데 이글을 보며 잘은 모르겠지만 그때의 슬픔이...누군가에겐 그저 예쁘기만 한꽃인데 이글의 도라지꽃은 왠지 슬픔으로 다가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