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팔이의 다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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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4-04-2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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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마을에 온 다음 날부터 나를 찾아 와 말을 건넸다. 동팔이는 나를 보러 올 적마다 다래끼
에 여러 가지 뿌리나 열매를 담아가지고 와서 이것 저것 맛을 보여주었다. 잔털이 부숭부숭 나고,
오이 꼭지 색깔인 이 열매는 굉장히 달고 약간 새큼했는데, 씹을 때마다 아주 작은 씨가 아작 아작
씹히었다. 이것이 뭐냐? 묻는 나에게 동팔이는 기가 막히다는 듯 나를 보며 “ 다래지 뭐야” 하고 웃었
다. 다래? 뭐가 다래? 그날 나는 동팔이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 동산에 있는 다래 나무를 보았다. 다래
열매도 보았는데, 아직 익지 않았으니 몇 일 있다가 다시 오자고 하는 동팔이 말을 따랐다.
?
또 어떤 날에는 이상하게 생긴 감자와 비슷한 것을 가지고 와서는 제 이빨로 껍질을 벗겨서 나더러
먹어 보라고 했다. 나는 지난 번 동팔이가? 까서 먹여 주던 다래처럼 받아서 씹어 보았다. 무를 씹는 것
같은 느낌인데, 무보다는 훨씬 달콤했고 하얀 젖 같은 것이 배어 나왔다. 이름이 ‘깍정부알’ 이라 하며
나를 쳐다보는 동팔이의 얼굴이 나처럼 웃고 있었다. 진짜 이름이 그거야? “ 아하하하”? “으흐흐흐”
둘이서 한참 웃고 나서, 동팔이가 나를 데리고 벌판으로 갔다. 한참 돌아다니다가 동팔이가 멈추어 섰
다. 동팔이는 이내 다래끼 속에서 호미를 꺼내, 어떤 풀 줄기 밑을 파기 시작했다. 아까 먹었던 그 감자
같은 것들이 뿌리에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동팔이는 이렇게 맛있는 것들이 나는 곳을 잘 알고 있었다.
?
몇 일 후 동팔이가 또 찾아왔다. 이번에는 낚시를 만들어서 물고기를 잡으러 가자고 했다. 낫이 필요
해 할아버지께 여쭈어 보았다. 낫은 위험하다는 말씀에 동팔이가 설명을 했다. “ 낫은 가지고 놀 것이
아니구요, 낚시바늘에 비늘을 세우려는 것이에요” 할아버지는 동팔이를 믿으셨는지 헛간에 가 보라
하셨다. 동팔이는 철사 토막을 단단한 지겟다리에 눕히고 낫의 날로 철사를 밀어서 껍질을 벗기듯 했
다.? 그리고 철사의 끝을 돌에다 문질러서 뾰족하게 만들고는, 가느다란 나무 가지에다 철사를 감았다.
그렇게 몇 분만에 낚싯대 둘을 만들어가지고 계곡아래 강가로 갔다. 나 혼자 서는 강가에 보내지 않으
시던 할아버지께서 동팔이와 함께 가는 것은 쉽게 허락하셨다.
?
동팔이는 이 시골에서 낳고 자라서 그런지, 시골에서 필요한 것들은 모르는 것이 없었다. 그 아이의
다래끼에는 많은 것들이 있었다. 물고기를 잡으려면 무엇을 먹이로 쓰는 것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다래끼속에서 하얀 쌀밥 덩이를 조금 꺼내서 낚시 바늘에 끼워, 흐르는 물에 던졌다.? 조금 뒤에 동팔
이가 팔을 번쩍 들었다. 은빛 물고기가? 펄떡거리며 올라왔다. 동팔이가 나에게 제 낚싯대를 맡기고,
재빨리 다래끼로 물고기를 받아 넣었다. 나는 낚싯대만 잡고 있는데도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동팔이가 나의 낚시 바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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