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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과 나물, 커피로 소생 시키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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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은이
작성일 15-06-0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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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례히 연말연시는 매우 바쁘게 보내게 되지만 지난 연말연시는 좀 이른 10월부터 너무 분주한 나날이었다. 추석이 지나서야 모이게된 시댁식구들을 위한 명절 점심상부터 시작해서 친정식구들 세명의 주말마다 연이은 생일파티와 사우스베이 찬양제를 위한 매주 계속된 찬양대 연습과 찬양제 참석.  우리구역이 또 주일 점심식사 당번이었어서 토요일, 주일을 장보기, 식사 준비, 마무리로 한주말을 다 보내고...  10월 마지막 주일에는 구역모임까지 우리집에 있었어서 바쁜 가운데 심하게 어지러워져있던 집을 며칠밤을 쓸고 닦고 청소해야했고 음식 준비로 장을 몇군데 보고 음식준비를 하고.  또 마지막 주일은 1부 예배에 찬양팀까지 서야해서 청소도 제대로 못 끝내놓고 아침 일찍부터 온 가족이 교회로 서둘러야 했다.  그 와중에서도 곧 있을 구역창 행사를 위해 찬양곡을 찾아보고 이리저리 궁리를 하고 준비를 해야했고.  딸아이 예림이 학교에서도 2주에 한번씩하는 volunteer일에 또 학교 행사로 Family Festival까지 겹친 금요일들...  금요 찬양,사역팀 저녁식사도 한번 준비해야 했었고 학교 성적이 조금 떨어지고 있었던 예찬이를 데리고 밤 늦게까지 공부시키고...

게다가 한달도 훨씬 전부터 미리 가기로 약속해 놓은 결혼식도 음력 생일을 지내시는 아빠의 생일을 미리 날짜 계산을 못해 겹치게 되어 결혼 피로연도 제대로 참석못하고 한 저녁에 두탕의 파티를 뛰어야 하는 실수까지 생기게 되었다.  Full time 으로 일하며 이렇게 주말마다 동서분주하게, 여러 봉사일을 하며 하루에 4-5시간 이상을 자본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날정도로 분주하게 보낸 한달은 정말 무슨 정신으로 보냈는지, 어디서 그런힘이 나오는지 나 자신도 놀래하며 바쁘게 시간을 보내었다. 

시월의 마지막날은 Halloween Day라 예림이가 학교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해보는 Halloween parade를 위해 costume을 사러다녀야 했고, 전날밤 늦게까지 친구들에게 나누어줄 goodie bag도 만들어 놓고, 또 오전시간만 직장에서 off를 해서 학교가서 구경하고 사진도 찍어 주고...  교회에서 저녁에 있을  Harvest Festival행사의 저녁식사를 PTA에서 준비하기로 부탁을 받아서, 또 가서 부랴부랴 장을 보아서 교회에 막 내려놓고 회사를 가려던 참이었다.  일하며 아이들 키우며 교회 봉사일들 하는 엄마들이라면 다들 동감하는 일이겠지만, 내 힘이 아닌, 오직 하나님의 힘과 도우심을 의지하며 지내려고 노력했던 시월 내내 하루하루가 또 mission impossible같았던 날들이었다.  그것이 시월의 마지막날을 절정으로 오랜시간 참아오던 인내와 에너지가 이제 막 바닥을 치려할 때였다. 

교회 부엌에 장을 보아온 물건들을 들고 막 들어서는데 그날 있었던 여호수아 성경대학을 참석하시는 어르신들 점심식사 준비를 위해 세분 집사님들이 열심히 일하시고 계시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어느분이 나막김치를 준비해 주셔서 거기에 어울리는 음식을 하려다 보니 고기값보다 더 비싼 여러가지 나물로 메뉴가 정해 젔다고... 그래서 공을 들여서 집사님들이 나물들을 막 다 만들어 놓으셨던 참이었고, 나는 바빠서 물건만 내려놓고 회사 들어가는 길에 멕도날드나 들러 햄버거나 하나 사가지고 가면서 먹으려고 막 나오려던 참이었다.  그때 한 집사님께서 점심을 먹고 가라고 굳이 잡으시며 부랴부랴 밥과 나물을 챙겨주신다.  그래서 준비해주신 손길을 매정하게 뿌리칠수가 없어서 시간은 빠뜻했지만 잠시 앉아 서둘러서 보기에도 먹음직한 잡곡밥과 나물과 나막김치로 요기를 했다.  그러고 보니 아침도 못먹고 바쁘게 돌아다녔던 것이다.  나물은 손이 많이가는 음식이라 친정에나 가야 먹는 음식이지, 내 손으로는 자주 못 해먹게 되는 음식이다.  밥 한그릇을 다 먹고 또 향이 좋은 커피를 내려놓으시고 한잔 마시고 가라 하시는 집사님 말씀에 커피를 한컵 따라서 부랴부랴 차를 타고 회사로 향하였다.  차안이 향긋한 커피향으로 가득차며 따뜻한 커피의 온기로 몸이 푸근해짐을 느꼈다    

바쁘고 힘들어 지쳐 쓰러져 버리고 싶은 와중에, 왜 이렇게 나만 일복이 많나 불평이 나오려는 순간에, 또 말없이 뒤에서 수고하시는 분들을 보며, 아 나만 이렇게 일하는게 아니구나.  내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도 봉사하는 여러분들의 손길로 교회에 모든일이 돌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많은 위로가 되었고 물밀듯이 몰려오는 마음의 찡함이 있었다.  참 힘이드는 순간에 정성스럽게 만드신 맛갈스러운 오색나물과 나막김치와 그윽한 향기가 담긴 커피 한잔에 다 죽어가던 몸과 영혼이 다시 살아난듯이 힘을 얻을수 있었고 오후에 회사에 들어가 일을 다 마치고 퇴근을 해서 시월의 마지막 밤까지 힘을 낼수가 있었다.  저녁으로 스파게티를 준비해 지난해 보다 훨씬 많아 보이는 인원인 100명도 넘는 아이들, 어른들께 저녁을 제공하고 마칠수 있었다.  물론 너도나도 오셔서 도와주시던 여러 부모님들, 집사님들의 도움으로 모든것을 무사하게 마치고 마무리 할수 있었다.

로뎀나무라는 찬양에서 엘리야가 광야에 쓸쓸히 나아와 로뎀나무 그늘 아래에서 그저 죽기를 바라던  상황를 노래한다.  그리고 그런 그를 떡과 물로 소생시켜 가게 하시는 하나님.  그 찬양을 떠올리며 로뎀나무 아래는 아니었지만, 교회 부엌 정겨운 장소에서 잡곡밥, 나물, 나막 김치와 향긋한 커피로 소생시켜 새 힘을 주어 가게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의 손길을 말없이 뒤에서 수고하시는 봉사의 손길에서 느끼며 나는 또 감격할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소생하여 계속 바쁘게 이어진 연말연시를 마저 버티어 보낼수 있었다. :)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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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이님의 댓글

이은이 작성일

거의 2년전에 써서 올렸던 글인데 작년에 교회 웹사이트가 다운 되었을때 복구가  되질 않아 없어졌던 글을 다시 올립니다.
제 나이 또래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수 있는 글이 아닌지..
보이지 않는곳에서 수고하시는 여러 봉사자들이 있기에 오늘도 힘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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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옥님의 댓글

윤선옥 작성일

지금 돌이켜 보면 열심히 일 할 그때가 젊고, 에너지가 있을 때인지라 활기찬 날들이었습니다.
기운찬 나날이 얼마나 값지고 감사한지는 시간이 곧 가르쳐 줄 것입니다.
나이를 이기는 장사가 없다고 나이가 들면 여기 저기 아프고 고장난 곳이 생겨서
널려진 일들이 무섭고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좌절감이 생깁니다.
일이나 봉사를 할 수 없는 사람은 대부분 영적으로나 혹은 건강상 아픈 사람이기에, 즉 그들 나름의 속사정이 있기에
우리는 우리의 형제로,  교회의 지체로 함께 하게 된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질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집사님, 때에 맞는 한 잔의 물이 사람의 기운을 얼마나 솟게할 수 있는 지를 다시한번 되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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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이님의 댓글

이은이 작성일

하나님이 공급하시는 힘으로 봉사하라는 베드로 전서 말씀이 생각나네요. 힘과 건강주시고 또 봉사할수 있는 여러 형편과 여건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전엔 건강 상식들에 온 관심을 다 기울이시는 어른분들이 잘 이해가 않되었었는데 40을 훌쩍 넘긴 나이가 되다 보니 이제야 조금씩 이해가 되네요. ㅎㅎ  저도 이제 기운이 많이 딸려서 기운차리려고 주일 아침이면 열심히 챙겨먹고 또 에너지를 다른데에 낭비하지 않고 예배에 필요한 봉사를 잘 감당하기 위해 에너지를 비축하려 노력해 봅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특히 우리 영적 건강을 위해 더 더욱 노력하고 돌아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영혼이 잘됨같이 우리의 범사가 잘 되고 강건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