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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구미에 모아둔 나의 추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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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jwj
작성일 14-03-3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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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날마다 왕겨로 가득 채워진 둥구미에다 달걀을 모으셨다.

암탉들이 온종일 알을 낳으면 열너더댓 알이 되는 했다.

어떤 날엔 보다 많았고, 어떤 날엔 보다 적기도 했다.

암탉들은 달걀을 낳고 할아버지를 불렀다. 할아버지는

실개천에서도 뒤뜰에서도 암탉 소리를 들으셨다

?

암탉들이 가끔 달걀에다 더러운 것을 묻혀서 낳아도

할아버지는 달걀을 실개천으로 가져가시어 깨끗이 씻으시고,

왕겨를 조금씩 비집고 깨끗한 달걀들을 나란히 세워 놓으셨다.

할아버지는 모으신 달걀들을 오일장 전날 해질녘부터 ? 꾸러미를 꾸리시는데,

?

먼저, 헝클어진 볏짚 단의 머리 끄덩이를 비틀어 잡으시고,

볏짚 줄기의 밑동이 하얗게 드러날 때까지 사정없이 빗질을 하셨다.

그리고는 빗질이 끝난 볏짚 한줌을 잡으시어 밑동을 가지런히 묶으신 ,

묶은 밑동을 안쪽으로 밀어 넣은 , 달걀 알을 꾸러미에 넣고는 오라기

두어 올로 꾸러미를 묶으시고 달걀 넣고, 묶고, 하여 알을 묶으셨다.

?

할아버지의 달걀 꾸러미는 달걀 알이 나란히

꾸러미에 싸이는 것인데, 달걀 면을 밖으로 드러내서

달걀의 신선한 모습과 크기를 선보이기 위해 꾸리는 것이었다.

할아버지의 달걀은 신선하기로 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달걀을 기다린다 하셨다.

닭장 안에는 수탉이 너덧 마리 있었는데, 수탉은 달걀을 난다는 , 그때 알았다.

?

할아버지가 사시는 시골은 초가집만 아홉 채가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마을 앞으로는 아주 작은 실개천이 집집의 마당을 스치며 흘러 내렸는데,

겨울에도 얼어붙지 않을 만큼의 샘물이 끊이지 않고 솟아오르는 뒷산 자락이 근원지였다.

여름에는 집집마다 참외, 오이 같은 것들을 개천 물에 담가 놓고 먹는 마을 풍습도 보았다.

이렇게 흐르는? 실개천은 마을 동쪽에 흐르는 한탄강 상류와 만나 함께 남쪽으로 흐른다 했다.

?

초등학교 일학년? 여름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시골집으로 보내진 나는

여름, 할아버지의 귀엽고도 귀찮은 손주의 자리를 굳건히 다져가고 있었다.

눈에 뜨이는 것마다 신기하고 궁금한 뿐인 나의 궁금증을 풀어 이가 할아버지 뿐이니,

할아버지는한 시라도 편하실 때가 없으셨을 것이다. 닭장에도 따라 가고, 텃밭에도 따라 가고,

하다 할아버지가 달걀 배달 가시는 장터에 까지도 따라 나서는 손주가 귀엽기만 하셨을까?

?

때의 할아버지는 쉰의 젊은 할아버지였다.? 그때 아버지 나이도 스물 일곱 살이었으니,

우리 가문에서는 결혼들을 일찍 하셨던가 보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나이의 칠할 정도 밖에

되신 젊은 할아버지를 추억하고 있는데, 그때의 모든 사물은 빛깔들이 싱싱한 이어서,

할아버지가 달걀을 모으시려 볏짚으로 엮어 만드신, 금빛 둥구미? 빛깔은 눈엔 황금빛으로

보였다. 둥구미 빛깔이 고운 뿐만 아니고, 달걀을 낳으려고 둥우리에 앉아 있는 암탉들의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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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이님의 댓글

이은이 작성일

이 글을 읽으니 저도 어렸을때 시골 외가집에서 몇달을 보냈던 생각이 나네요.  코스모스 따서 문에 바를 창호지 사이에 넣었던 기억과 차가운 우물에 담가두었다 시원하게 먹던 수박과 개울에서 물고기 잡고... 또 너무 무시무시했던 화장실등.. ㅎㅎㅎ
요즘 아이들은 늘 TV에 스마트폰, iPad 하나씩 끼고 앉아서 어찌보면 진짜 스마트함을 빼았기고 사는것 같아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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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옥님의 댓글

윤선옥 작성일

생명의 불가사의, 삼라만상의 생생한 표현, 황금빛으로 빛나는 한편의 산문시를 읽었습니다.
진정한 예술은 노년에 완성된다는 사실을 괴테를 비롯한 여러 시성들을 통하여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사실을 굳게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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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j님의 댓글

jwj 작성일

우리가 사는 시대에서 60년 전으로만 돌아가도 우리와 우리의 자손들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고자 하신 진정한 행복을 더욱 더 많이 느끼고 살 수 있을 것입니다.지금도 우리는 늦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물질만능에 의존하는 비중이 적으면 적을 수록 하나님께서 주시는 축복과 행복은 더욱 더 늘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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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j님의 댓글

jwj 작성일

이렇게 귀하고 후한 칭찬과 격려를 시치미를 뚝 떼고 덥석 받아들여도 되려는지 모르겠군요.
윤 집사님께서는 진실한 말씀만 하시는 분이시니까, 감사히, 주저없이, 받겠습니다. 다시 한 번 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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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이님의 댓글

이은이 작성일

두 분의 글을 대할때면 참 서정적인 표현에 마음이 평화롭게 됩니다.  그때마다 저는 배울게 아직 너무도 많다는 생각과 부끄러운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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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옥님의 댓글

윤선옥 작성일

좋은 말씀으로 권면해 주시는 전재욱 집사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