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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태기와 패랭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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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jwj
작성일 14-04-04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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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할아버지께서 나를 깨우셨다. 헛간에서 누런 망태기 하나를 가져다 나의 어깨에 걸어

주시고, 할아버지는삽을 하나 드신 집을 나섰다. 실개천이 흘러가는 방향을 따라 할아버지가

앞장을 서시고, 나는 실개천으로 뛰어들며 쏘아대는개구리의 물총을 피해서 살금 살금 걸었다.

할아버지는 벌써 저만치 앞서 가시어, 할아버지 다리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한탄강 계곡 아래로

내려가시는 것이었다. 할아버지가 나를 떼어 놓고 어딘가 몸을 숨길 같아, 힘을 다해 달려갔다.

할아버지는 숨으신 것이 아니었고, 내리막 길에서 앉으신 것이었다. 앉아서 무엇인가를 유심히

살펴보셨는데, 숨을 헐떡이며 달려간 나를 끌어 앉히시고, 손가락으로 무엇인가를 가리키셨다.

?

나는 할아버지 무릎 위에 턱을 고이고 할아버지 손가락 쪽을 뚫어져라 쏘아보았다. “ - 저기

할아버지는재빨리 나의 입을 막으셨다. 그리고 나를 보시고 싱긋이 웃으셨다. 호박벌 보다 조금

클까 ? 아닐까?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작은 새였다. ‘애기 비비새라고 말씀하셨다.

작은 새는 앉아만 있는 것이 아니고, 작은 소리로비비 비비울고 있었다. 잠시 조금 엄마

새가 와서, 애기 비비새를 어리론가로 데려 갔다. 할아버지는 벌써 저만치 강가 쪽으로 낼려가시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징검다리를 건너야 하는 한탄강 상류는 물이 얕아서 사람이 물에 빠져

떠내려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나의 손을 잡고 징검다리를 건너가게 하셨다.

?

건너 쪽으로는 절벽이 높지 않아서 개울가 풀밭도 넓었고, 참나리 꽃이랑, 패랭이 꽃들이

무리를 지어 피어 있었다. 꽃봉오리가 많이 피지 않은 패랭이 꽃과 범부채 꽃과 참나리 꽃을 삽으

놓으신 , 내가 메고 망태기에 들어 있던 석회 포대 종이를 뜯어서 꽃들의 뿌리 쪽을

채로 싸매셨다. 나는 할아버지께서 하시는 모든 일들이 궁금해지기 시작 했지만, 하도 신중

하셔서, 많은 궁금증을 집으로 가는 길에 여쭈어 보기로 했다. 망태기에다 꽃들을 넣으시고

나서는 망태기를 나에게 메어 보라고 하셨다. 망태기가 여간 무겁지 않았다. 징검다리 앞까지

오는 동안 힘이 많이 들었다. 할아버지께서 망태기를 내려놓으라고 하시며 나를 대견스럽다는

바라보셨다. 여기서부터는 할아버지가 망태기를 메시고, 손으로는 손을 잡으신 , 징검

다리를 건네 주셨다. 다음부터는 혼자서 징검다리를 건너 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

계곡을 올라오는 길은 내려갈 적보다 힘이 들었다.할아버지는 나를 중간쯤에서 잠시 쉬게 하셨다.

내가 올라온 강가를 내려다 보면서 할아버지께 여쭈어 보았다. 꽃들의 뿌리를 종이로 싸셨는가

, 흙이 뿌리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하셨고, 꽃들은 제가 살던 곳의 흙을 좋아한다고

말씀하셨다. 할아버지께서 나에게 물으셨다. 꽃들을 어디에다 심어야 좋겠느냐고, 번도 생각

적이 없어서 집에 가서 보아야 하겠다고 말씀 드렸다. 할아버지는 아주 많이 즐거워하셨다.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도 나는 온통 심을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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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옥님의 댓글

윤선옥 작성일

우리는 천국을 소망하면서 살지요. 전집사님께서는 이미 천국의 모습을 보셨네요. 저는 우리의 마음만 조금 다스린다면 우리가 현재 깃들어 있는 이곳이 바로 천국이라는 것을 발견하리라 생각합니다. 전집사님처럼  모두가  시인의 마음을 가져 우리 주변을 자세히 관찰하는 관찰력을 기른다면 지상의 삶도 천국만큼 아릅답다는 것을 이내 알 것이란 생각도 해봅니다. 뽕나무, 패랭이꽃, 실개천, 망태기... 터질듯한 부푼 가슴으로 충만한  행복을 누렸던 그 시절의 아름다움을 묘사하시어 "아, 인생은 아름다워라"라는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최고의 시성 버질(베르길리우스)의 전원시를 연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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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j님의 댓글

jwj 작성일

현세를 살아가며 팍팍해 진 우리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촉촉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런 글을 써 보고 있읍니다. 윤집사님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변화를 드렸다니 제 마음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