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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읽기가 어려울 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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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정아
작성일 18-12-1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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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읽기가 어려울 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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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

내가 대학을 다니며 한창 연애에 열을 올릴 때, 어머니는 나의 데이트 이야기를 듣는 것을 즐기셨다. 아마도 대리만족이 아니었던가 싶다. 성악을 하신 어머니의 목소리는 젊어서, 전화를 걸어온 남학생이 나 인줄로 착각하여 어머니께 약속을 청하였던 일화도 있었다. 어머니는 다 듣고 나서야 어머니라는 것을 밝히는 엉뚱한 짓(?)을 하여 내게 원성을 사기도 했다. 데이트를 하고 오면 만나서부터 헤어지기까지를 소상히 다 이야기를 해야 후련해진 어머니로부터 해방이 되므로, 그걸 일일이 설명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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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늘 하시던 질문은 "눈빛이 어땠냐?"였다. 상대의 눈빛을 보면 마음을 알 수 있다나? 내가 "눈빛을 보아도 잘 모르겠다."고 하면 "아유 이 맹추야." 하시곤 했다. 사실 눈빛을 보아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나이가 든 지금은 어릴 때보다 사람 보는 눈이 조금 트이긴 했어도 사람은 정말 겉만 보아선 모를 일이다. 사람을 안다는 것을 정말 어렵고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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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이야기를 떠나서라도, 내가 우리어머니의 이런 마음 식별 법을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다른 방법의 마음 읽기를 제시하기도 한다. 눈빛에 비치는 위선의 그림자를 보아도 모를 땐, 여행을 함께 해 보거나 또는 돈 거래를 해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다 지나서 마음고생을 한 연후에나 상대를 알 수 있으니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기는 그리 쉽지가 않다. 그래서 옛말에"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못 미치는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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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어리 버리과'의 사람들은 갖가지 위선을 식별할 줄 알아야한다. 그래야 그들과 부딪치지 않고 미리 피할 수 가 있다. 얼마 전 책에서 읽은 공자의 다섯 가지 악, 즉‘오악’ 이 있다. 많은 선량한 사람들은 알아두어야한다. 공자가 한때 노나라 재상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소정묘를 처형했다. '덕치'를 주장하던 공자이기에 사람들은 의아해 했다. 공자 왈 사람에게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오악’이 있는데, 당시의 소정묘는 '오악’을 골고루 다 갖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공자가 열거한 '오악'을 새겨볼 일이다. 첫째, 시치미를 딱 떼고 음흉하게 나쁜 짓을 저지른다. 둘째, 겉으로 제법 공정한 체하고 강직한 체한다. 셋째, 거짓말투성이면서도 사탕발림을 한다. 넷째, 성품이 흉악한데도 박학다식하다. 다섯째, 독직과 부정을 일삼으면서도 청렴한 체 한다는 것이다. 요즈음 신문을 장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악'의 부류가 아닌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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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는 나오지 않아도 살면서 '오악'과 접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매우 헷갈린다. '오악'이 갖는 야누스적인 양면성 때문이다. 어떤 땐 한없이 나이스한 인간 이었다가, 더러운 먹이만 집요하게 찾는 하이에나 같은 동물성이 얼핏얼핏 비치니 말이다. 얼마전 (실은 그 역사가 오래된 것이긴 하지만) 그런 류 의 사람과 종지부를 찍는 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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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지만 하나님이 내게 '오악' 으로부터 멀리 떨어지라는 기회를 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 일은 오랫동안 쌓은 공을 단숨에 무너뜨리는 일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글쓰는 이에게 문인협회의 단체장이 무슨 대수로운 자리인가 말이다. 평생을 글쓰는 일을 하셨던 아버지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다. 글쓰는 사람은 글로 말을 하는 것이지 문단의 자리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그럴 시간이 있으면 글을 쓰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시끄러운 문단 가까이 있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안 된다고. 늘 그런 말을 들어왔으면서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던 내가 잘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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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홍역을 치루고 나니 이제야 실감이 난다. 어른들 말씀이, 옛말이, 공자 말씀이 하나도 틀리지 않음을 나이 먹어가면서 깨닫고 산다. 내가 어느 줄에 서야하는 지 판단이 안 서겠거든 이 사람편도 아니고 저 사람편도 아닌 하나님 편에 서라고 고민을 많이 하던 내게 남편이 말했다. 듣던중 쓸만한 조언이어서 마음결정에 도움이 되었다.
"돼지를 치는 일에만 전념하지 말고 마음을 돌려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삶이 되어야한다."고 한 오늘의 목사님 설교는, 어려서부터 귀가 닿도록 들어온 탕자비유의 결정판이었다. 내 마음상태에 따라 시시때때로 주시는 말씀에 나는 오늘도 감동했다.


계간수필 2018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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