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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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정아
작성일 23-02-03 08:17
작성일 23-02-03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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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나 사이
이생진(1929-)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들어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
시인이 그리는 풍경을 바라보면 가슴이 아리다. 산다는 게 뭘까? 부부의 연은 또 무엇일까?
“서로 모르는 사이가 /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일 뿐이라고.
그리고 자책하는 목소리를 담아 우리를 나무랍니다. 거창하게 인생이니, 철학이니, 종교니 하며 마치 삶의 본질이 거기에 있기나 한 것처럼 떠드는 당신들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하고.
진리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서로 부부인 줄 아는 동안만이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한 눈길 한 번 더 주는 날이 되길 바라며.
Metro news 2월의 시 감상 / 이정아:수필가
이생진(1929-)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들어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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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그리는 풍경을 바라보면 가슴이 아리다. 산다는 게 뭘까? 부부의 연은 또 무엇일까?
“서로 모르는 사이가 /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일 뿐이라고.
그리고 자책하는 목소리를 담아 우리를 나무랍니다. 거창하게 인생이니, 철학이니, 종교니 하며 마치 삶의 본질이 거기에 있기나 한 것처럼 떠드는 당신들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하고.
진리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서로 부부인 줄 아는 동안만이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한 눈길 한 번 더 주는 날이 되길 바라며.
Metro news 2월의 시 감상 / 이정아: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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