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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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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정아
작성일 23-12-01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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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독백
 
오광수(1953-)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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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은 마지막도 끝도 아닙니다. 올 한해 겪었던 모든 어려움을 날려보내고, 아픈 추억과 잘못도 훌훌 털어내버리는 비움의 시간입니다.

올 한해 받았던 우정과 사랑의 선물을 다시 기억하고, 그 고마운 마음을 담아 다음해를 준비하는 채움의 시간입니다. 

영국의 사상가 존 러스킨은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무엇으로 채워가는 것이다.’ 라고 말합니다.

나쁜 기억은 다 비우고, 사랑과 따스함으로 채우는 12월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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