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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모르는 남편의 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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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정아
작성일 16-02-10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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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모르는 남편의 입맛??


몸이 아픈 걸 온 마을사람들이 다 알아서 살기 편해졌다. 가기 싫은 모임엔 아프다며 가지 않아도 욕먹지 않고, 오히려 걱정을 해준다. 식욕없다니 이집 저집의 별미는 다 갖다줘서 앉아서 먹거리 천국이다. 늙마에 복이 터진건가? 아픈 것도 복이라며 스스로 위안한다.?

젊어서는 남의 집 음식은 안 먹었다. 새색시가 시댁에 첫 인사 가서는 밥은 안 먹고 떡만 먹었다. 경상도 진주인 시댁에선 생선도 '고기'라고 했다.?명절이나 제사 때 쓴다는 두부와 해물을 넣은 탕수국은 도무지 입맛에 안 맞았다. 이북식 음식에 길들여진 나는 거의 음식을 입에 댈 수 없었다. 굶을 수 없어 장독대 위 소쿠리에 널어놓은 팥찰떡으로 세끼를 해결했다. 그랬더니 나중에 싸주신 꾸러미엔 찰떡만 가득했다.?
남남북녀의 결혼생활은 늘 음식이 문제였다. 내 음식은 달고 기름지다고 불평을 하고 심지어 국적불명이라고도 했다. 분명 한식을 차렸는데도. 지금은 서로 많이 길들여져 퓨전밥상을 마주 대하지만, 내 음식에 관해 칭찬 들어본 적은 별로 없다. 늘 주장하건데 나는 가정학을 전공하고 식품영양학을 부전공한 사람이거늘.?

나도 나이 들으니 이젠 남의 집 음식도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경상도 며느리 35년차에 경상도식 탕수도 깔끔하니 입맛에 맞는다. 요즘 우리 식탁엔 얻어온 음식이 절반이다. J선생님의 연근 피클, S씨의 인삼된장, H여사댁 찐 멸치. L집사님댁 김치와 차요테 장아찌 등이다.?

남편은 어딜 가나 음식 대우를 받는다. 한국에 가면 친정엄마의 친구분들이 사위가 좋아할 것이라며 오이김치에 풋고추 멸치볶음, 돼지 불고기를 앞다투어 가져오신다. 미국에선 내게 음식을 가져와서는 바깥분이 좋아 할 것이라며 드리라고 한다. 인사로 그러는지는 몰라도 남편의 입맛을 나보다 더 잘아는 듯하다.?

아닌게 아니라 식탁에 남의집 음식이 오르면 영락없이 "이거야, 바로 이 맛" 한다. 극찬이다. "맛있어? 맛있어?" 하고 식탁 앞에서 턱 받치고 확인하던 내 음식엔 심드렁하게 "아무말 안하면 맛있단 소리"라던 사람이. 졸지에 나는 남편의 입맛도 딱딱 못 맞추는 사람이 되고만다.?

아픈 마누라 때문에 속은 많이 끓였어도, 환자를 잘 거둔 덕에 음식공양은 최고로 받으니 그게 상급이 아니고 무엇이랴
.??

죽고 사는건 하늘에 달렸으니 정해진 날은 모르나, 아픈 나는 남들보다 조금 먼저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한가지 메뉴라도 확실히 잘 만들어 남편의 입에서 나오는 "유레카!" 한마디 듣고싶다.?
헐, 남편의 칭찬에 연연하다니, 내 삶이 이렇게 심플해도 되는 건가?


[이 아침에] 나만 모르는 남편의 입맛??
이정아/수필가?

[LA중앙일보]??? 발행?2015/11/16?미주판?8면??? 기사입력?2015/11/15 17:07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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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j님의 댓글

jwj 작성일

자랄 때 먹던 음식은 잊혀지지 않는가봅니다. 나는 아직도 생선 대구에 생미역을 넣고 끓인 미역국을 아주 좋아하는데,
어머니가 안 계셔서 못 먹은 지 수십년이 넘었습니다. 원산에나 가면 혹 먹을 수 있으려는지, , ,  명란젓은 지금도 DR. 를 속여 가며
먹고 있구요. 원산에서 어릴 적에 먹었던 "청어 소금구이" 는 죽기전에 한번 먹어보는 게 소원이지요.  아내가 요리 선생이라도 그런
맛은 못 보여줄 것이구요, , ,  음식을 아무리 개발해 대도, 그런 맛은 보여 줄 수 없는 것들입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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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j님의 댓글

jwj 작성일

청어는 주로 동해안서 나는 겨울철 생선이고, 전어는 남해안에서 나는 가을철 생선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청어는 이름 그대로
등이 푸른 생선인데 비해, 전어는 은색이 많은 생선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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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님의 댓글

이정아 작성일

시댁도 삼천포에 가까운 바닷가여서 그런지<br />
생선을 넣은 국을 먹습니다. 저는 아직도<br />
익숙지 않은데 남편은 그걸 무척 좋아합니다.<br />
유년의 입맛이 그립다는게 사실이네요.<br />
청어가 혹시 그 맛있다는 전어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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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이님의 댓글

이은이 작성일

남편들은 어쩜 그렇게 똑같을수가..ㅋㅋ  맛있게 좀 먹어주면 신나서 더 맛난 음식을 해줄텐데 참 지혜가 없네요. ㅠㅠ<br /><br />
전에 황성국 목사님께서 PTA 기도회에서 해주신 설교말씀이 생각나네요.  먹던지 마시던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라는 말씀.. 식탁을 대하면서도 정말 일용할 양식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감동하며 식사해 본적이 있냐고 물으시더라구요. 부모로 살며 아이들이 하나님께 영광돌리고 경외하며 사는것을 가르치려면 밥상에서 먼저 진정한 감사를 드리는것에서 시작하라고.. 그래서 밥먹을때 마다 계속 생각이납니다. 나는 얼마나 감사한 마음으로 식탁을 대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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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님의 댓글

이정아 작성일

잘 알았습니다.<br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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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님의 댓글

이정아 작성일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한다는데<br />
참 인색한 남편입니다 ㅠㅠ<br />
매일 식탁 대할 때 마다<br />
감사한 마음 가져야겠네요.<br />
감사한 걸 자주잊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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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joongKim님의 댓글

HeejoongKim 작성일

넘 좋은글 감사합니다.  저역시 어렸을때 많이먹던것을 먹음 더 소화도 잘돼는것같구, 더 맛있는것 같구 합니다.  일찍 미국에와서 식생활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요.  아내음식 칭찬.  참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것같읍니다.  무조건 맛있다 하자니, 다른집에 가서 식사 해보면, 그집남편이 "넘맛있다~~~" 하는데 전 겨우 웃으면서 허기 때울정도만 먹는걸 보면, 정직한게 꼭 나쁜것만은 아닌가부다, 라는 생각도 들구요.  또, "환상이네 된장찌게.  자기 왜 TV에서 요리 강사 안해?" 이런 말 안함 자주 먹기도 힘들고...  ㅎㅎㅎ  하나님께서 지혜를 모든 남자들에게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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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님의 댓글

이정아 작성일

ㅎㅎ TV 에서 요리강사 하라는 칭찬은 압권 인데요?<br />
남편들은 칭찬의 말을 연구할 필요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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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enOh님의 댓글

KarenOh 작성일

그러고보니 저는 남편을 위해 쿡을 한적이없고 한상 내가 먹고 싶은것만 했네요.
그리고나서 맛있다는 칭찬이 없음 섭섭해 했구요.
반성하고 갑니다.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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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님의 댓글

이정아 작성일

읽어 주셔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