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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장애인이 되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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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정아
작성일 16-01-1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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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내가 장애인이 되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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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가서 내가 앉는 자리는 출입문과 가까운 자리입니다. 예전엔 훈련된 왕실 신장을 가졌다고 해서 로열 키드니(royal kidney)라 불릴 정도로 하루 종일 생리현상을 참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예배시간이 길어지면 염치불고하고 중간에 한번 화장실을 다녀와야 합니다. 한 시간 반 정도의 참을성만 나의 방광이 허락하기 때문이지요. 전에 받던 투석으로 인해 방광의 용량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출입문 가까운 곳은 장애인 전용좌석입니다. 앞자리의 청년은 가끔 설교시간에 큰 소리를 내기도 하고 몸을 혼자서 잘 가누지 못합니다. 엄마의 시선은 늘 청년을 향하고 잠시도 눈을 떼지 않습니다. 옆자리엔 다리가 불편한 꽃미남 청년도 있습니다. 예쁜 엄마는 늘 미소를 잃지 않고 아들을 돌봅니다. 오랫동안 아픈 7살 꼬마도 있습니다. 젊은 엄마가 찬양팀에서 봉사를 하는 동안 교인들은 돌아가며 그 아이의 유모차를 밀고 돌봅니다.

장애인 자리에 앉아 예배를 보면서 유심히 그들의 부모를 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볼 때마다 눈시울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더워옵니다. 어디선가 나직이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보기에 참 좋구나. 그동안 애 많이 썼다. 고맙다." 잠시 맡긴 아이를 잘 돌봐주었다고 칭찬하는 소리가 하늘에서 내려온 듯 내 귓전을 스칩니다. 바람결에 들려온 환청이었을까요. 그 마음의 소리는 부모의 가슴을 적시며 조용히 위로하였을 것입니다.

지난한 세월을 견디고 나면 웃음도 되찾게 되나봅니다. 아이의 작은 변화에 기뻐 어쩔 줄 모르는 젊은 엄마를 봅니다.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아들 자랑을 하면 나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쉬게 됩니다. 얼마만큼의 고통을 견디어 내야만 저리 투명한 얼굴로 기꺼이 손뼉을 칠 수 있을까요?

이번 여행에서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공항에서 휠체어 서비스를 부탁하면 아주 편하게 심사대를 통과하고 기내의 출입에도 우선권을 줍니다. 크루즈 배에서도 온갖 편의를 제공받고, 여행지의 길고 긴 화장실 대열에서도 맨 앞 순서를 부여받습니다. 관광버스에 오르내릴 때에도 운전기사와 가이드의 에스코트를 받습니다. 온 마을사람들이 한 명의 장애인을 지극정성으로 돌보고 배려합니다.

선천적인 장애는 사람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타고난 것입니다. 후천적인 장애도 사람의 부주의나 사고일망정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장애를 원해서 장애인이 된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지요. 사람이 어쩌지 못하는 것은 신의 영역일 테니, 신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한 이들을 돕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인간의 도리이자 신을 돕는 숭고한 일이 아닐까 합니다.

장애인이 되어보니 잠시나마 그들의 입장을, 그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보게 되었습니다. 이래서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하나 봅니다.

365 새 날을 또 받습니다. 무탈한 하루를 살 수 있음이 기적이고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합니다. 모두에게 "Happy New Year!" 인사를 드립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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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님의 댓글

이정아 작성일

전에 쓴 글인데 올렸습니다. 얼마전 장애우가 모여 예배를 드렸다기에 생각이 나서요.
모든 분께 건강과 평안을 기도하며 새해인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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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joongKim님의 댓글

HeejoongKim 작성일

좋은글 감사합니다.  미국 살면서 좋은점은 제가 봐도 참 장애인 배려를 많이 한 나라라는게 참 보기 좋습니다.  장애인 화장실, 파킹랏, 인도, 등등...  물론 제가 장애인이었다면 이 평가 기준이 달라질수도 있겠지만요.  저희 교회도 장애인 배려는 좀더해야 하는게 아닌가 뒤돌아보게 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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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님의 댓글

이정아 작성일

우리교회에 장애우가 7명이 있다고해요. 그러나 요즘세대엔<br />
보이는 장애인보다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이가<br />
훨씬 많다는군요. 장애우를 조금 더 따스한 시선으로<br />
돌보고 그 가족의 노고를 헤아려주어야겠습니다.